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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추리

높은 곳을 찌르는 날카로운 유리 추리,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넷플릭스, 2022)] 스포 후기

 

나이브스 아웃의 후속작,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을 넷플릭스에서 관람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로 팬들에게 등을 돌리고 나이브스 아웃으로 회복한, 라이언 존슨의 작품이다.

전작을 굉장히 기대하고 극장에 가서 본 기억이 난다. 그때 당시에도 정말 재미있어서 주변인들에게도

권유했고, 지금도 누가 추리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뽑는 픽 중 하나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이 연달아서 벌어지고, 다양한 장소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전작과는 다르게 

이번 작품의 무대는 외딴 섬이다. 

한 부자가 친구들과 같이 벌이는 파티 속에서 누가 살해당하고, 밤동안 살인자가 누군지, 왜 살해했는지 찾아야하는

탐정 브누아 블랑. 이번 영화의 줄거리다. 

 

 

다니엘 크루이그가 분하는 브누아 블랑은 가히 역시이다. 

전작에서 젠틀한 면모를 지키면서 혼자 모든걸 추리하고, 직접 돌아다녀서 단서를 모으며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거기에 제임스 본드의 얼굴까지. 완벽한 탐정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전작의 [나이브스 아웃] 마지막 장면에서 특유의 남부 사투리로 말하는 'Enter, Benoit Blanc'

이 정말 최고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나이브스 아웃의 최고 장점은 간단하다. 개연성을 착착맞는 후더닛 추리에 사회를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 소스를 자연스럽게 첨가한 것이다. 

SNS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서 자숙하고 있지만 팬데믹 기간에 홈 파티를 벌이는 모델.

미국의 주지사이지만 친구의 꼭두각시인 정치인.

유명 스트리머지만 위험한 제품을 청소년에게 팔다가 걸린 스트리머.

회의 시간에 자신의 발언도 제대로 못하는 과학자.

남의걸 가로채기하고 간단한 단어조차 모르는 멍청이 억만장자 ceo '마일즈'부터가 사회를 잘 꼬집는다.

 

 

풍자의 끝은 결국 관객으로 완성된다.

블랑과 마일즈의 대화 중 분명히 보이는 빨간 봉투,

마일즈가 듀크의 권총을 대놓고 꺼내가지만 관객은 눈치채지 못한다.

마일즈는 듀크에게 잔을 바꿔도 눈치채지 못하고, 마일즈의 뒷주머니 속 튀어나온 듀크의 폰도 보지 못한다.

그저 감독이 보라는것만 볼 뿐. 마일즈가 버디가 도는걸 보라고 하자 관객은 거기에 집중하게 된다.

라이언 존슨의 대단한 연출력이 빛나는 장면이다.

 

 

제목인 'GLASS ONION'은 비틀즈의 노래 제목이기도, 작중 등장인물들이 과거에 같이 놀던 술집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처럼 뻔한것을 못 보고 있다는 뜻의 숙어이기도 하다.

마일즈는 간단한 숙어조차 모르고 자기가 생각하는 뜻대로 해석하여 말 그대로 거대한 '유리 양파'를 놔뒀고,

언니의 죽음을 캐내려는 동생 헬렌은 'glass onion'을 해석하여 증거가 들어있는 봉투를 찾고 진실을 밝힌다.

전작에서도 잘 드러났던 블랙 코미디의 면모를 다시 보여주는 것이다.

가장 낮은 계층이 언제나 높이 올라갈 수 있고,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내려갈 수 있다.

자신보다 낮아진 사람들을 보는 이민자 소녀처럼.

 

 

배우들의 열연, 감독의 훌룡한 연출, 개연성의 부족함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각본, 첨예한 사회 풍자,

후더닛 무비의 본연미에 특별출연 배우들까지. 놓칠 부분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코로나 사태가 영화에 반영된 것도 마음에 들었고, 뻔하지만 잘 통하는 권선징악 엔딩도 난 좋았다.

추리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잘 짜인 각본이 좋다면, 아니면 그냥 중년남성이 욕조에서 어몽어스하는걸 

보고싶으시다면, 주저없이 권해드릴 수 있는 영화이다.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가 연전연승함에 기쁨을 표하며,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올라갈 것 같다.

 

https://www.instagram.com/p/Cmg4GFVLACG/

본작을 번역하신 황석희 번역가님의 N차 관람 가이드.

보고 나신 분들은 꼭 한번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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