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을 메가박스 대전유성점에서 7월 3일에 관람했다. 본지 12일이나 지나서 제대로 된 후기를 쓸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나름 인디아나 존스에 대해서 1도 모르는 관객으로서 기억에 남는 후기를 써볼 예정.
앞서 말했듯이 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본 건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 마지막에 빌런이 개미떼한테 죽는 장면을 유튜브로 좀 봤고(?) 유명한 인디아나 존스가 칼든 상대로 총 꺼내서 쏘는 장면도 몇 번 봤지만, 영화 전체를 본 적은 없다. 007같은 고전 시리즈는 전부 다 봤는데 말이지. 아무래도 모험 어드벤처 영화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감이 있고 고고학에도 흥미가 딱히 없다보니...볼 생각을 안한듯.
그렇게 인디아나 존스를 보러 갔다. 보고 나서 딱 든 느낌은....모험 영화보다는 판타지 영화에 가깝다는 것. 이건 후술하겠다.
일단 영화는 젊은 인디아나 존스가 친구와 함께 나치로부터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안티키테라)'이라는 유물을 훔치고 도망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후에 인디는 나이가 들어서 대학 교수로만 지내고 모험도 안하는 신세. 이때 인디가 고고학에 대해 강의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정말...현직 대학생으로서 저 정도면 재미있는 수업인데...
그러다가 대녀인 헬레나가 인디에게 찾아와서 냅다 안티키테라를 훔쳐 튀고 인디가 그걸 뒤쫓으면서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렇게만 보면 헬레나가 빌런 같지만 사실 빌런은 매즈 미켈슨이 맡은 위르겐 폴러라는 나치 독일 과학자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에 남았던 캐릭터인데, 일단 고대의 유물을 이용해 시간여행해서 히틀러를 제거하고 나치를 부흥시킨다는 가치관 자체는 몇번 본 것 같지만 미켈슨의 연기에 잔혹한 카리스마가 표현되었고, '과거에서 머물러 있는 미아'라는 특징은 본작의 주인공인 인디아나 존스와도 같지만, 나는 오히려 부르클린의 꼬마인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져가 떠올랐다. 나치라 하이드라가 연상되는것도 있는듯.
이제 영화의 장단점을 좀 보자면....재밌다! 물론 호불호가 갈릴 요소가 있고 단점들이 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재밌었고 '여름 블록버스터 어드벤처 영화'에 적절해서 보기 딱 적기였다고 본다. 나처럼 인디아나 존스에 대해 아는게 1도 없으면 오히려 '인디아나 존스는 원래 이런 영화구나!'하면서 볼 수 있고, 인디아나 존스의 팬분들이라면 이 영화의 존재 자체에 대해 감사할것. 15년만에 81세인 해리슨 포드 옹이 직접 몸을 이끌고 시리즈를 마감하셨으니....어느 쪽이든 딱히 불편하게 볼 건 없다고 본다. 어느 루카스필름의 대표작과 달리 말이지...
인디아나 존스에 대해 더 보면, 주연인 인디의 대녀 헬레나는 [레이더스]의 인디아나 존스를 빼다박은 캐릭터이다. 그래서 혹시 속편을 노리고 세대 물리기를 하나...싶은 걱정이 들었지만, 오히려 깔끔하게 '인디아나 존스'의 영화로서 마감한 것 같아서 좋았다. [레이더스]의 젊은 인디가 어땠는지 까먹은 분들이라면 그 때 생각이 날것이고, 아니라면 '과거'를 대표하는 인디와 달리 '현대'를 대표하는 인디아나 존스의 대녀로서 볼 수 있을 것. 빌런은 앞서 얘기했듯이 잘 뽑혔다. 상당히 잘 뽑혔고, 오히려 너무 잘뽑혀서 '인디아나 존스의 마지막 시리즈의 빌런'을 신경써서 만들었다는 점이 느껴질 정도.
이제 단점을 조오금만 쓰자면...조금 놀랐다. 영화 내내 '안티키테라 2개를 찾아서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을 얻으면 과거로 갈 수 있어!' 라고 해도 '그게 되겠냐...'하면서 봤다. 어디까지나 모험 영화고 현대기도 하고 무엇보다 고고학도 과학의 연장선이니까. 물론 영화 끝나고 다시 생각해보니 크리스탈 해골로 개미와 사람 조종....부터 과학은 넘긴 했더라. 그래도 시간 여행은....인디아나 존스가 과거로 가서 아르키메데스를 만난다는 전개는....너무 산으로 간거 아닌가 싶었다고 조심히 말하겠다. 조금 당황했다. 또한 액션이 별로 나오지 않는 단점이 있긴 한데....이건 어쩔 수 없다. 출연 자체로 감사해야 한다.
결말의 연장선으로 말하자면, 영화 자체가 산만하다. 러닝타임이 2시간 37분으로 긴 편인데 캐릭터 포스터만 9개로 등장인물도 많고 관계도 쉬운 편은 아니며 전세계를 돌아다니는데 전개를 예측하기 어렵다. 중반까지 인디아나 존스 일행/헬레나 일행/폴러 일행 이렇게 3명이서 각자 다른 목적으로 다니는데 중반부터 인디 일행/폴러 일행으로 합쳐지지만 인디 일행이 뭘 하면 폴러 일행이 감사ㅋ하면서 낼름 날먹하는 전개가 쭉 이어지고 이게 결말까지 간다....물론 해피엔딩이지만 폴러는 한게 존스 따라다니기밖에 없다. 헬레나보다 존스를 잘 믿는....
다만 영화를 보면서 '이거 만들지 않는게 낫지 않았나...?'싶은 느낌이 들진 않았다. (내가 팬은 아니지만) 분명 인디아나 존스를 봤던 사람들,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싶고 그리워하던 사람들에게는 정말 꼭 봐야하는 영화. 그런 관객분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그리워하거나 과거에 사로잡혀 있을때면 뇌를 비우다가 서서히 현재와 미래로 채워나가며 볼 영화. 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액션이나 모험,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시는 관객분은 OTT로 나오면 바로 보실 것을 추천. 그리고 여담이지만 아마 아이들까지 포함해서 가족들이 다같이 보기에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족 영화로서도 추천!
어쩐지 요즘 자주 쓰는 말이지만...스토리나 개연성, '현실성', 작중 인물간의 심리묘사등을 중요시하는 분들께는 추천드리기 어렵다. 아니 추천드리지 않는다. 보지 마세요.
그러나 아무리 현실에 부딪혀도 가끔은 채찍을 휘두르는 인디가 그리워진다면, 함께 시리즈를 정주행하면서 유물을 찾을 관객분을 모집하면서, 여기서후기를 마친다.
끝까지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범고래는 공감과 댓글을 먹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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