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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애니메이션

문 너머의 모든 시간은 결국 나라는걸, [스즈메의 문단속(2023) 노스포 후기]

 

오늘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을 메가박스에서 관람하고 왔다. 유료 시사회가 저번주부터 있었지만 메가박스에서 주는 오리지널 티켓을 받고 싶어서 관람을 개봉일까지 미뤄왔는데, 수업때문에 못 갔던 오전중에 오리지널 티켓이 전부 소진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 사람당 8개까지 받을 수 있는건....역시 좀 아닌것 같다.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등을 감독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다. [너의 이름은.]을 미루고 미루다가 저번 재개봉했을때 보러가서 눈물범벅이 되서 나온 기억이 있다....그에 반해 수능을 마치고 보러간 [날씨의 아이]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기억만이 있다. 설렘 반, 미심쩍음 반으로 극장으로 향했다.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는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를 만난다.
재난을 막기 위해 일본 전역을 돌며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던 중
어릴 적 고향에 닿은 ‘스즈메’는 잊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도 재난에 대해 다룬다. 지진에 의해 어머니를 잃은 스즈메, 지진을 막기 위해 문을 닫고 다니는 소타가 함께 다니며 일본 전국의 지진을 막는 이야기.라고 보면 편할듯하다. 영화 전체를 보며 딱히 어려운 스토리라인이라고는 느끼지 못했으며, 누구나 봐도 좋을듯하다. 다만 판타지 영화면서 재난 알림음이 심각하게 리얼한 탓에(...물론 대한민국 알림음은 아니다) 일본 쪽에서는 불호를 느낀 관객분도 있는듯.

 

 

영상미는 완벽하다. [아바타: 물의 길] 이후로 본 영화중 영상미가 탑을 달리고, [너의 이름은]이나 [날씨의 아이]보다도, 어쩌면 신카이 마코토 뿐만이 아니라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영상미가 좋았던 영화가 아닐까 싶다.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영상미'의 끝을 보여준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장면들이 참 아름답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하면 빛을 활용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낮부터 밤까지, 문 안과 문 밖을 선긋는 빛들과 알 수 없는 지진을 일으키는 미미츠까지, 모두 다른색을 활용하고 '그 장면의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내는'조명을 활용한것같다.

 

 

연출이나 개연성, 줄거리는....[날씨의 아이]보다는 낫고 [너의 이름은.]보다는 조금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날씨의 아이]에서 나오는 특유의 일본 애니메이션 연출에 대한 항마력이 별로 없는편이라 좀 보면서....오그라들었다. 그러나 영상미는 좋았다. 두 작품보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저 두 작품보다 가지는 특징은 '재난'을 좀 더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것이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유성 충돌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재난이, [날씨의 아이]에서는 수몰을 다뤘지만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지진이라는 현실적인. 특히나 일본에서는 더 현실적인 재난을 다룬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 의하면 2011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치유가 중점적인 영화라고.

 

 

이번 작품에서 스즈메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진을 막는다. '몇백만명의 사람이 죽는걸 막기 위해'이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과거의 시간선에 있는 미츠하와 현재의 시간선에 있는 타키가 소통하며 재난을 막는다. 그러나 영화의 중점적인 스토리는 두 사람의 로맨스와 일상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스즈메가 전국을 다니며, '과거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과 목소리'를 듣고 '문을 닫아서' '인간이라면 막을 수 없는 일'을 막는다.

 

 

재해를 겪으면, 인간의 능력 밖으로 사람이 다치거나 죽으면 누구나 생각한다. '내가 있을걸' '내가 어떻게 막아볼걸' [너의 이름은.]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했을 그 생각을, 스즈메는 이 영화에서 해낸다. 그러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치유한다.

다만 그런만큼 지진에 익숙하지 않은 대한민국이나, 지진보다 전쟁이 더 자주나는 서양에서는 스즈메의 감정에 다소 이입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11년이나 지난 재난이기 때문에 잊은 관객이 있을수도 있다.

 

 

개연성은 가장 아쉬운 점이다. 스포를 피하는 후기인지라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일단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말그대로 스즈메는 뛰어다닌다. 말 그대로 일본 열도를 순회하는데 그걸 다 걸어다니고 운좋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곳에서 잤다가 좋은 기억을 쌓는다. 쉬지않는 고구마만 먹었던 [날씨의 아이]에 비해서 개인적으로는 나았지만 여전히 개연성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마지막 부분도 뭔가 잘라낸 느낌이며, 스텝롤과 함께 그 이후는 이렇게 됐답니다~를 추가로 쿠키영상처럼 보여주는 느낌이다. 스즈메는 소타를 누가봐도 좋아하는것 같은데 소타는 스즈메를 좋아하는 듯한 묘사가 단 1도 나오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2시간짜리 달리기를 본듯한 느낌. 쉬는 시간이 없다. 영화를 계속 볼수록 느끼는 거지만 정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점점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고 있는것 같다. 이러다 시간이 지나면 말 그대로 예쁜 쓰레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걱정도 살짝이나마 든다. 

 

 

설정에 대한 설명도 상당히 불친절하다. 문은 대체 왜 있는건지, 왜 하필 소토의 집안은 미미츠를 막아야하는건지, 요석은 대체 뭔지, 저 고양이는 뭘 할 수 있는건지 왜 그런건지 어떻게 한건지 왜 스즈메는 소토를 만난듯한 느낌이 들었는지 하나도 알려주지 않는다. 실제로 초반에는 영화를 보면서 어 이거 [너의 이름은]이랑 같은 세계관인가...?싶었다. 다만 이쪽 도쿄는 물에 잠기지는 않은걸로 봐서 내심 다행...

다만 그만큼 감독의 전작이나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오마주는 많다. 인간에게 분노한 신을 막는것은 [모노노케 히메]를, 주인공이 낯선 세상으로 통로를 통해 가는것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재난에 의한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이를 막으려 노력하는 10대 소녀는 전 작과 똑같은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또 이 얘기야'하실 관객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신카이 감독이 이 주제를 좋아하는듯. 

 

 

그래도 말마따나, 재밌는 영화였다. 

지친 평일을 보내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관객분, 지루하지 않고 계속 사건이 일어나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영상미를 좋은 영화를 보고 싶으시거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관객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난으로. 사고로. 병으로. 또는 자신이 막을 수 없던 무언가로. 사랑했던 누군가를 떠나보낸 관객분.

께 추천드리며, [스즈메의 문단속] 후기를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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